나는 이러하다/노래 들으며

[스크랩] ★ 저문 강에 삽을 씻고

매공tea 2011. 11. 8. 10:00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 희 성 -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출처 :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글쓴이 : 땡큐삐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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