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쓰는 다신전-5 (품질 가리기(변다)2, 보관(장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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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초인목
- 조회수 : 118
- 03.04.18 15:59
앞서 지적했듯이 차를 만드는 제다법의 기준이 있어야 차를 가리는 변다법의 규범이 선다는 것은 우리 차의 현실에 뼈아픈 각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명 초의 스님의 다신전의 변다장에는 이렇게 적고 있다 대부분 우리나라 차는 도리에 어긋나는 차를 만들고 있고 단 차 대신 떫고 쓴, 그리고 무엇보다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화기, 즉 솥 냄새가 나는 것이다. 화근내 라고 부르는 이 냄새가 지나친 우리 차는 역겨울 뿐만 아니라 차 맛이 독하여 속을 부대끼게 한다. 그래서 산에 사는 스님들은 우리 차를 외면하고 중국 차를 마시고 있는 경향이 많다. 절대로 차는 강하면 안 된다. 차가 부드럽고 달아야 한다는 것은 백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의 차문화에 초의 스님께서 다신전에 역설하고 있는 변다법의 안목으로 차를 분별하는 법도가 자리잡아야 하는 것이 절실하다. 잘못된 변다법으로 바라본 우리의 차문화 우리나라 차인들은 옛 규범에 따르지 않고 무조건 어린 싹. 그리고 무조건 값비싼 차를 우수한 차로 분별하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은 색, 향, 미, 기를 분별(변다)할 수 있는 속 깊은 안목이 없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겉만 보고 어찌 차를 가늠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우수한 명차名茶를 설정하는 데도 품평에 나온 차가 찐차인지 덖음차 인지, 처음 데치고 나중 덖은 차인지 중탕으로 쪄서 덖음을 한 차인지도 구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니 덖음차로 만든 차를 구증구포하여 만들었다고 해도 어느 차인이 올바르게 지적할 수 있단 말인가. 언젠가 '가을차(秋茶)' 라고 하여 TV에 대대적으로 선전이 되고 마치 무슨 신비한 차인양, 대단한 기술로 만든 것처럼 소개되어 어마어마한 값의 차로 얘기되는 것을 본 일이 있었다. 그것을 보면서 어떻게 우리나라 같은 절기를 가진 곳에서 가을차가 나올 수 있을까 생각하였다. 더구나 그것이 다른 것도 아닌 야생차라면... 7, 8월에 또는 9월에 차나무를 전지(베어주는 것)하지 않으면 가을에 새로운 차잎을 얻을 수 없는 것이 차나무의 생태이다. 더운 남쪽나라 인도, 스리랑카, 중국의 운남성, 사천성 등지에서는 사계절 차를 만들 수 있다지만 우리 나라와 같은 기후에서 어떻게 자연(야생)녹차 나무에서 가을 차를 채취할 수 있겠는가. 설령 가을에 전지한 나뭇가지에서 나오는 차잎을 채취한다 해도 차잎이 억세어, 즉 아미노산 대신에 탄닌, 카테킨 요소들이 강하여 부서져서(발효하거나 시루에 쪄서 만든 떡차가 아닌) 잎차를 제대로 만들 수 없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 이치로 본다면 설령 가을 차가 나온다 해도 그것을 어찌 고급차라 할 수 있겠는가. 말작일 수밖에 없는데도 그 차의 가격이 20만-30만원이라니 이게 어디 말이나 되는 일인가. 더구나 재배차가 아닌 야생차나무에서. 도깨비 같은 기적으로 야생 차나무에서 싹튼 차잎을 채취하면 그 차나무의 영양 상태는 어찌되고 겨울에 그 나무가 건강하게 지탱해 줄 수 있을까. 그 나무에서 봄에 채취한 차가 좋은 차일 수 있을까. 그런데도 어김없이 우전이 나돌고 있는 우리나라이기에 명차의 올바른 변다법이 더욱 절실한 것이다. 가을까지 차잎을 혹독하게 채취하는 다원에서 어찌 봄에 좋은 차잎 얻기를 바라는가! 올 4월 10일쯤 중국의 소주땅 큰 호수 안에 있는 서산의 벽라춘차밭에 갔을 때, 이미 청명절의 차를 다 만들고 그때는 차나무를 전지하는 것을 보았다. 일년에 한번 청명절의 벽라춘을 만들고 잘라준 그 차가지와 잎을 썩여 거름을 만들어 다원을 살찌게 하는 아름다운 모습에서 세 번, 네 번 심지어 앞서 말한 가을까지 생엽을 채취하는 우리 차의 현실을 다시 한번 되새겨 봐야 할 일이다. 이처럼 중언 부언하는 것은 다름아니라 올바른 안목으로 투명하게 좋은 차, 물론 중국 차나 일본 차와 마찬가지로 우리 차의 겉모양을 보면 거의 비슷하여 가리기가 어렵다. 그래서 속 모양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속 모양에서의 변다 특징이 있다면 금당선생님이 늘 주장하는 우중섭점盂中攝點의 방법이다. 그것은 바리(스님들의 밥그릇)와 유리컵으로 차잎을 우려내는 것을 말한다. 차잎이 깨진 것인지 노쇠한 것인지, 줄기와 부스러기가 많이 있는지, 입자가 부드럽고 어린 싹인지 알 수 있다. 더구나 차잎이 부분발효된 것인지 많이 발효된 것인지, 차잎이 탄 것인지 말려진 입자인지, 덜 유념된 입자인지 거의 모든 상태를 완벽하게 가려낼 수 있는 것이 이 방법이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 심지어 다엽박물관이나 차문화기관 단체 연구소에서도 대부분 긴 유리컵으로 차를 대접하고 있다. 매번 중국을 갈 때마다 그런 대접을 받고 의아해 왔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이 변다법이야말로 얼마나 투명한 차 가리기인가. 즉석에서 차 향기와 색깔과 맛 그리고 차잎의 상태를 알 수 있는 것이 우중섭점의 변다법도였다. 세계의 많은 명차들이 그 이름을 인정받는 까닭은 결코 값 때문이 아니었다. 명차에는 그에 준하는 올바른 안목의 사람들이 있었다. 차를 통해서 맑은 심신을 가지려 노력하는 사람들, 그들의 마음가짐이 낳은 바른 변다법으로 우리의 차, 우리의 차문화가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차라는 영초靈草 를 얻어 선약仙藥을 만들어 보관하는 일은 수행자가 맑은 거처를 만나 도의 에너지를 정갈하게 지니는 것과 같은 일이라 할 수 있다. 천하에 뛰어난 명차를 얻었다 해도 금방 다 다려 마시는 일이 아니라면 반드시 보관을 해야 하는데 간수를 법다히 않으면 다 그르치게 된다. 그래서 수많은 고전의 다서는 물론 초의 스님의 동다송, 다신전에도 다도의 3대 요소 중 하나인 장지득법藏之得法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다신전의 장다장藏茶章에 섬세하게 얘기되고 있는 대껍질(죽순 이파리), 얼록 조릿대 즉 약죽弱竹 또는 부들풀(부들풀은 찐차를 연에 갈아서 거푸집으로 박아낸 고형차인 연고차 시대에도 차의 변질을 막았다는 기록이 보인다)을 깔고 다호(茶壺:차항아리)나 찻병(茶甁:차단지)에 세세하게 넣어 습기를 제거하는 방법을 쓴다해도 아무래도 충분한 간수법은 오늘날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단지나 독, 항아리는 바깥 공기가 안으로 스며들고 유통되기 때문에 다시 말해 숨을 쉬는 그릇이기에 차의 변질을 쉽게 가져다 준다. 그래서 명대의 '도융'이 쓴 '다전'의 "차의 저장법"에서 아주 세심하게 비법을 말하고 있다. -----"차는 종이를 두려워하는 성미를 가지고 있다. 종이란 빨아먹는 물기 때문에 힘이 빠진다. 불속에 쬐어 말린다 하더라도 조금 뒤에는 곧 축축해진다."------ 그래서 자기의 큰 독을 마련하여 차 열 근이나 스무 근을 담아, 사방은 두터운 약죽으로 감싸고, 복판에는 차를 넣고 그리고 약죽을 주둥이에 두껍고 견고하게 채운 다음, 다시 약죽과 진피지眞皮紙로 포개어 싸서 모시끈으로 동여매는 장다藏茶의 정성을 보이고 있다. 옛 시대의 차인들이 차의 저장을 너무나 세세하고 정성스럽게 하였듯이 초의스님 역시 이처럼 섬세하게 차를 간수하라는 당부를 하며 차생활을 하였던 것을 알 수 있다. 차를 만들어 처음 말려 먼저 옛합에 담고 종이로 주둥이를 봉한 다음 사흘이 지나 차의 본성이 회복되기를 기다려 다시 약한 불에 쐬어 바싹 말리고 식기를 기다렸다가 단지에 담는다고 했다. 그리고 찻병이나 차항아리에 얼록 조릿대로써 차곡차곡 쟁인 다음 죽순껍질과 종이로 병의 주둥이를 겹겹으로 단단히 봉하고 그런 다음 불에 묻어 구운 벽돌 식힌 것으로 돌려서 다육기(茶育器, 다경, 차의 도구편에 자세히 설명되는데 참고하자)에 넣어 보관한다고 적고 있다. 다신전 역시 채양이나 장원의 다록에서 밝혔듯이 바람을 가까이 하거나 불을 가까이 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바람과 불을 가까이 하면 금방 누렇게 변질되어서 장지득법藏之得法의 도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러 고전의 문헌에서 보았듯이 차의 시장은 까다로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차를 적은 분량의 용기에 넣어 간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도 중국이나 일본의 오래된 차 점포에서는 큰 은제통이나 유약을 두껍게 바른 큰항아리, 차독에 저장하고 샘플만 진열장에 놓아두고 차를 찾는 손님들에게 차 맛과 향기, 색을 보여주고 정작 팔 때는 큰 은제통, 차독이나 차항아리에서 담아 진공포장하여 내주는 아름답고 장성스런 장다의 예법을 살려 생업으로 꾸리고 있는데 그 모습은 참 넉넉하게 보인다. 우리나라의 차문화 풍토는 어떤가. 대개 차를 만들자마자 은박지에 담아 화기에 의해 눅눅해져 금방 변질되는 더구나 날짜를 다투어 시중에 내는 것은 장다의 정도正道를 그르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것은 우전에 매달려(집착) 하루라도 일찍 차를 시판하려는 욕심 때문이다. 차를 얻고자 하는 차인들도 우전에 매달려 함께 성급하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햇차를 빨리 얻어 지인들에게 또는 불전이나 성전에 헌다하고자 하는 고운 마음을 몰라서가 아니다. 다신전에서 살펴보듯이 옛 차인들은 차를 바싹말려(극건極乾) 차합茶盒이나 차단지에 저장했다가 삼일이 지난 후에 차의 본성이 회복(왜냐하면 여린 차싹들이 뜨거운 물이나 증기에 의해 생명에너지가 거칠어짐에 본래 성품대로 환원되는 과정)된 뒤 다시 가벼운 불로 바싹 말려 보관하는 지혜를 보이고 있다. 아무리 차를 잘 말린다 해도 한번에 말리면 아무래도 습기가 남아 그만큼 변질되기가 쉽다. 그래서 여러 번 말리는 것이다. 물론 이 때 외형의 차색이 변하기도 하고 자칫 잘못하여 불길을 조금만 높여도 차의 성품은 미세하여 화기가 스며 탄내가 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장다에 있어서 진귀한 일은 저장되는 과정에서 차 스스로가 숙성되어 순화되는 일이다. 강한 차도 저온 냉장고에 보관하면 순해지고 달리 순한 차는 좀더 미세해지는 일이 이 장다과정이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차를 많이 담아서 간수하면 맛있는 차를 마실 수 있다. 좋은 차는 장마가 지난 가을 더구나 이듬해 봄까지도 한결같아야 명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장다를 거치지 않고 봄에 마시는 차야 어느 누가 만들어도 어지간한 맛과 색과 향기를 지니기 마련이다. 좋은 명당에서 영혼이 편히 쉬듯 정성스럽게 만든 차를 곱게 쉬게 해야 진정한 차의 도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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