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집들이 생겼다가 없어졌다가 한다. 오늘은 한국전통찻집이, 어디는 중국차전문점이, 이제는 홍차전문점이나 인도찻집까지 생기지만, 부산 자갈치시장 옆에는 이런 시류에도 변함없이 30년을 가까이 한국전통차 만을 고집하는 공간이 있다.
부산 아니 한국에서 최고(最古)의 전통찻집인 <소화방(素花房)>이다.
부산 남포동 거리나 자갈치시장을 다니다보면 일본인이나 중국인 등 외국관광객들이 너무 많아 내가 외국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관광안내원이 든 깃발을 따라다니는 단체관광객 뿐만 아니라 지도를 가지고 다니며 이곳 저곳을 누리는 연인관광객이 가는 필수 코스 중 하나가 <소화방>이다. 본 기자가 찾아 갔을 때도 어느 부부 일본인 관광객이 차를 마시며 주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자갈치시장과 용두산공원 사이인 남포동거리에 <소화방>이 있어 이제는 찾기가 더욱 쉽다.
<소화방>은 1980년 초, 건축업을 하던 차인인 정기열씨가 <송중황>이라는 약차(藥茶)집을 인수하여 운영하다가, 강수길씨와 안태호씨를 거쳐 현재 4대 가주(家主)인 안혜경씨가 고운 흰꽃인 소화를 지키고 있다.
2002년 한 차례 이전하여 현재자리로 왔지만, 그 전 공간과 쌍둥이처럼 닮았다. 그 이유는 모든 장식은 물론 바닥재인 마루판까지 하나 하나 그대로 분해 다시 조립한 것이다.
옛 공간을 재활용하는 것은 부산 차문화의 특징이 될 것 같다. 고 다성 금당최규용(故 茶星 錦堂崔圭用)선생도 고성지방의 고택(古宅)을 그대로 송도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옮겨와 금당다우(錦堂茶寓)를 세워 전국의 많은 차인들의 찻자리가 되게 한 것이나 20여년이 된 <청마루> 찻집도 세 번을 옮겨도 그대로의 모습인 것을 보면 짐작을 할 수가 있다.
<소화방>에 들어가면 석정스님의 널조각체의 ‘素花房’ 이라는 편액이 한눈에 딱 들어오는데, ‘素花’란 초의스님이 노래한 동다송 첫 송인 ‘素花濯霜發秋榮소화탁상발추영’ 의 차구(茶句)에서 나온 말이다.
<소화방> 입구에는 신농씨(神農氏)인듯한 그림이 악귀를 막고 서 있다. 양옆으로는 각종 문화행사 포스터가 붙어 있어 차만 마시지 말고 삶을 즐기는 차인이 되기를 바라는 주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지금이야 많은 차회나 단체가 생겨 많은 사람들이 차를 마시지만, 1980년대에는
그렇지 못했다. 이때에는 소화방과 자주 오던 여천(如川) 김대철선생이 사람들을 모아 차를 마시게 하고 가르쳤고 차인이 되게 하였고, 차인들을 모아 ‘영호남차인교류모임’ 등을 열어 정치인이 갈라놓은 영호남을 차인이 하나로 잇는 행사를 하였고, 중국차가 몰려오는 것을 대비해 ‘발효차’을 발굴 연구하여 내놓기도 하였으며, 대학다회연합(大學茶會聯合) 학생들이 모여 차를 마시고 공부하는 요람이기도 했는데 본 기자도 대학생 시절 여기서 연합다회를 한 기억으로 작은 미소를 짓는다.
이런 전통은 지금도 이어져 정기적으로 젊은이들이 모여 차를 마시는 차회를 열기도 한다.
부산에 오시면,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찻집 <소화방>에서 차 한 잔 나누고, 끽다래 다비(喫茶來 茶碑)가 있고 아펙 회의 때 영부인들이 찾았다는 아름다운 ‘꽃동네’에 올라가 바다를 즐기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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