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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자살 메커니즘 연구 암 등 불치병 치료 활용

매공tea 2009. 10. 6. 21:32

세포자살 메커니즘 연구 암 등 불치병 치료 활용

국제신문 2007년 5월 10일

유영현 동아대 교수


‘살기 위해 죽는다.’

  역설적인 이 말이 생물체에게는 필수적인 요소다. ‘세포예정사’또는 ‘세포자살’ 을 뜻하는 아폽토시스를 말한다. 수많은 세포들로 이뤄진 생물체가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세포들이 제때 적절한 수준으로 사라져야 한다. 인체 역시 날마다 수조 개의 세포가 죽고 다시 살아난다. 아폽토시스는 현대 의학에도 큰 전기를 마련한다. 암 등 불치병의 원인이 세포자살 기작 이상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후반부터 생명과학분야에서 폭발적인 연구가 이뤄진 아폽토시스 개념은 1972년 호주 생리학자 존켈 등에 의해 처음 제시됐다. 예를 들어 손가락은 발생과정에서 손에서 자라나오는 것이 아니라 손의 세포덩어리에서 세포가 사라지면서 손가락이 생긴다. 올챙이가 개구리로 변태할 때도 꼬리가 서서히 사라진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현상을 세포가 준비된 프로그램에 따라 능동적으로 자살하면서 가능하다고 본다. 프로그램된 세포의 죽음, 아폽토시스를 말한다. 자살하는 세포는 세포질이 질서정연하게 오그라들어 여러 조각으로 나뉜뒤 주변의 대식세초에게 먹히는 과정을 겪는다.

  이는 외부 손상에 따라 급팽창해 파괴되는 괴사(네크로시스)와는 확연히 다르다. 괴사는 영량소의 결핍과 독물, 외상 등 외적 환경 요인에 따라 세포가 준비되지 않은 죽음을 맞는 것이다. 괴사를 당한 세포는 무질서하게 죽어가며 때로는 독성물질을 남겨 염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아폽토시스의 발견은 암 등 불치병 치료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그 동안 암 발생은 세포가 이상 증식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아폽토시스의 개념이 도입되고부터는 세포증식에 의한 것이 아닌 죽어야 할 때 죽지 않은 세포가 쌓여 암을 만들게 된다는 인식의 대전환을 가져왔다. 즉 아폽토시스의 저하로 인해 암이 발생된다는 논이다. 반면 관절염이나 치매 등은 아폽토시스의 증진으로 연골세포 및 뇌세포가 지나치게 많이 죽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 몸의 T 세포와 같은 면역세포가 불필요한 세포를 제거할 때도 세포의 자살 기전을 이용한다. T 세포는 제거해야 할 세포에 다가가 자살 충동을 일으킨다. 이를 ‘죽음의 키스’라고 부르며, 이후 세포는 죽게 된다. 면역세포가 초기 암세포와 같은 불필요한 세포들을 효율적으로 제거한다고 볼 수 있다. AIDS는 암과 달리 아폽토시스의 증가로 모든 면역세포가 자살하기 때문에 생기는 병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AIDS 관절염 뇌졸증과 같은 세포고갈성 질환은 세포의 죽음을 예방하는 것이 치료법인 반면, 암과 같은 세포증식성 질환은 세포의 죽음을 유도하는 것이 치료법이 될 수 있다.

  동아대 유영형교수는 이처럼 아폽토시스의 기작을 암, 알러지, 골관절염 및 증식성 망막병증 치료 개발에 이용하고 있다. 유영현교수는 세포사망 과정에서 ‘신경전달물질을 소화하는 효소(AChE)'가 세포자살에 중요하게 관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AChE가 세포의 죽음을 도와 암을 예방할 수 있는 중요 요소임을 증명한 것이다. 이 외에 대장암의 세포사망을 효율적으로 유도하는 치료법과 합성담즙산 파생물을 발굴해 항암 활성화를 유도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특히 유병율이 높은 골관절염의 경우 연골세포의 사망을 유도하는 물질(TRAIL)을 밝혀내 관절염 치료 전략을 한단계 높였다. 이 외에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알려진 비만 세포의 사망 유도 기작을 밝혀내 천연물들의 할알러지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마련했다.

  세포자살은 매우 정교한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어 그 과정과 원인을 완벽히 구명하는데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세포자살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암과 같은 불치병을 치료할 날도 멀지 않다는 점에서 세포자살 연구에 거는 기대가 크다.   


아폽토시스(apoptosis)란

    생물체의 생존을 위해 세포가 스스로 죽는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