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녹차밭을 가다 - 글도많고 사진도 많음
2009년 4월 23일 새벽 2시.
밤 12시에 잠들어서 새벽 2시에 일어났습니다.
며칠 전부터 아내와 쏘잉룸의 상상양, 그리고 책만드는 여자 나무색눈양과
약속한 보성 차밭을 둘러보기 위함입니다.
2시간 밖에 못 자서 걱정은 됩니다만 그래도 해 뜨기 전의 차밭을 간다는 생각에 힘이 납니다.
용지못 앞에 있는 용호동 김밥천국에 샐러드김밥, 소고기 깁밤을 5줄 주문을 하고
요구르트와 포카리스웨트, 그리고 물 한 병도 챙겼습니다.
일전에 김밥을 사서 놀러 갔다고 하니 아내가 김밥을 잘 못 싸는 줄 아는 분도 계신데..^^
아내는 요리에 대한 감도 뛰어나고 요리를 잘 합니다.
매년 조카를 소풍을 가면 지네 엄마 김밥보다 이모의 김밥을 더 좋아해서
매년 새벽에 일어나서 김밥을 싸서 한 시간 거리인 밀양 수산까지 배달을 합니다.
조카가 소풍을 가지 전에 전달하려면 제법 서둘러야 됩니다.
사진책 만드는 여자 나무색눈 -> http://blog.naver.com/sejuya
쏘잉룸의 상상양 -> http://sewingroom.kr/
대충 준비해서 출발.
전날 늦은 시간까지 작업실에 있다가 오늘 여행을 위해 나무색눈과 상상양은 상상양 집에서 잤습니다. 픽업하기 편하게.
상상양 집이 마산 교도소 근처인데 서마산 IC와 가까워 고속도로 진입하기 좋습니다.
쏘잉룸의 상상양은 마산 교도소 근처에 사는 여자입니다. ^^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달립니다. 새벽3시즈음이라 고속도로에 차도 별로 없습니다. 100-110KM를 유지하면서 달렸습니다.
이른 새벽에, 아님 조금 이른 아침에 남해고속도로를 달리는 건 나에게는 로망입니다.
여행 파워블로그인 "그 여자-짱아"님은 7번 국도에 대한 로망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부산에 사시고 경북과 강원도를 자주 가시니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왼쪽에는 산에 들에 꽃이 피어있고 오른쪽은 시원한 동해바다가 가도가도 함께 해주니 어떤 마음인지 이해가 갑니다.
(짱아님 블로그 -> http://blog.naver.com/capzzang70)
제가 자주 여행가는 곳이 전라남도입니다. 특별한 경로를 정하지 않는 이상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가야 됩니다.
여행이 시작되고 고속도로에서 차 바퀴의 굴림이 저에게 전달이 되면 간혹 심장까지 떨립니다.
우리네가 그토록 갈망하는 일상탈출이죠. 다른 거 생각 안 하고 오늘 어떻게 즐겁게 보낼까 하는 생각뿐입니다.
대한다원 제1다원 야외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5시 30분입니다.
다원의 주차장은 아직 개방도 안 한 시간입니다. 6시부터 문을 연다고 하네요.
4월 23일 새벽의 공기는 너무 찹니다.
너무 추워서 아내와 상상양은 안 가겠다고 버티네요.추워서 도저히 안 되겠다고.
이게 말이 됩니까? 다행히 시간이 조금 지나자 따뜻해집니다.
대한다원에 대한 안내도입니다.
일제시대 만들어진 차밭이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거의 다 소실되었는데 1957년 폐허로 남아있던 시험재배차밭과 일대 임야등을 장영섭회장이 인수하여 "대한다업주식회사"를 설립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여행가면 이런 표지판을 유심히 읽어보셔야 합니다. 나중에 누가 물으면 답을 해줘야지요. 그리고 이런 멋진 곳을 준비해 준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사전 조사를 해오면 더 좋습니다. 아는 만큼 느낀다고 하지요. 어렵사리 간 여행인데 같은 것을 봐도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지요
차 밭 들어가는 삼나무길입니다. 좌우로 길게 뻗은 것이 우리 동네에 지천으로 널린 메타세쿼이어와 흡사합니다.
이번 여행에 담양 메타세쿼이어길까지 생각을 했으나 돌아오늘 길을 생각하고, 또 저녁에 일 할 거 생각하니 겁이 나서 참았습니다.
차밭 오른쪽으로 돌아 올라가는 길입니다. 왼쪽은 차밭, 오른쪽은 삼나무, 그리고 삼나무 너머에 또 차밭이 있습니다.
저 멀리 가는 처자들이 오늘 저와 동행한 이들입니다.
그 삼나무 너머에 있는 차밭입니다. 이 차밭 위쪽에 통나무집이 있습니다.
저 위에 붉은 색 나무로 가려진 곳이 통나무집입니다.
차밭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길입니다.
사진 찍으러 오신 분들도 계시고 이 꼭두새벽에 온 연인도 있더군요.
매일 매일 차밭을 보면서 지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수로요(http://www.suroyo.com)가 김해 진례면 도강 저수지 위에 있던 시절.
차를 좋아하시던 우리 보천쌤께서20여년전부터 500평 정도 차 밭을 일구어 직접 차를 덖어 만들어 마시던 그런 시절.
저수지에서 물 아지랭이가 일면 차 밭에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것을 관상하던 시절.
보천쌤 차를 너무 좋아해서 함께 즐기자고 "녹차문화제"를 만들어
매년 이틀동안 1000명분의 식사와 다과를 공짜로 나눠 먹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 운동장과 교사 뒤 켠에 심어놓은 차들이 빨리 자라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리가 찾아간 날이 4월 23일입니다.
그 전날 비가 왔었구요. 4월 20일이 곡우穀雨인데 곡우전에 채취한 잎을 가지고 만든 차를 우전雨前이라고 합니다.
차茶 중에서도 우전은 최상품最上品에 속합니다.
위 사진의 가장 위로 솟은 잎 보이시죠?
가운데 가장 위로 솟은 다 펴지지 않은 잎을 창槍이라 해서 일창一槍 그 옆에 난 작은 잎 하나를 일기一旗.
이렇게 차 잎이 크지 않고 새 잎이 막 돋아난 두개의 잎을 일창일기一槍一旗라고 하고
가운데 위로 하나 좌우로 두개 이렇게 난 잎 세개를 일창이기一槍二旗라고 합니다.
곡우에 차를 딸 때는 일창일기 아니면 일창이기를 따기 때문에 그 양도 적을 뿐 아니라 상당한 인내를 요합니다.
해봐서 압니다. 저는 차분하지 못해서 한 두시간 하다가 그만두곤 했습니다.
한 사람이 하루종일 따봐야 몇백그램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걸 가마솥 붙에 덖고 다시 멍석깔아 비비기를 여러번 반복하면
잎에 있는 수분이 거의 다 날아가서 무게는 몇분의 일로 줄어듭니다.
그렇게 해서 우전차나 첫물차 한 통이 만들어집니다.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차 따는 분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숙연해지지만 그냥 차를 보러 왔으니 편한 생각만 해야지요.
그래도 차를 따 본적이 있는지라 일창일기를 보면 반가우면서도 그 생각도 납니다.
5월이나 6월쯤 되면 차 잎은 더 푸르를겁니다.
차 잎이 가장 보기 좋은 시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반대 급부가 있겠지요.
주말에 대한다원을 놀러 오신다는 건 상당한 인내를 요구합니다.
요즘 주말에 유명한 곳을 놀러가는 건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사람도 많고 날 더우면 차 밭위로 올라가다가 지쳐버립니다.
길은 계단식으로 잘 되어 있으나 제법 높이 올라가야 정상이라 날 더운 날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것 저것 다 계산하면 평생 여행 못 갑니다. 일단 떠나고 생각하세요.
4분의 3쯤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찍은 사진입니다.
어마어마하죠.
중국의 큰 차밭은 어떨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올해 초에 수로요에서 교원직무연수할 때 차에 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부산에서 다인茶人으로 활동하시는 최낙정 선생님께 강의를 들었는데
중국의 어마어마한 차밭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납니다.
큰 산 전체가 차밭이라고 하더군요.
최낙정 선생님은 중국에 차밭도 있고 차를 만드는 공장도 있고
한국에서도 중국차를 들여와 차를 만들고 차문화를 보급하시는 분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차밭인 대한다원 제1다원을 둘러봤습니다.
차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일겁니다.
제1다원은 7-8년전에 디카동호회 출사때문에 처음 왔었고 그 뒤로도 3-4번은 더 왔습니다.
그 중에 하나는 [다우리]라는 차를 사랑하고 도자기를 사랑하는 모임이 있는데
2년에 한 번씩 차 밭을 여행을 다녔습니다.
제일 먼저 간 곳이 하동 차 시배지와 [쌍계제다] 견학,
우리 나라 제다명인制茶名人 1호 박수근 선생님댁 방문+시연참관.
2번째 간 곳이 보성제1다원입니다. 바로 여기.
그리고 3번째로 간 곳은 제주도의 "오설록"입니다.
벌써 4년전인데 저는 이 때 비행기 처음 타 봤습니다. ㅋㅋ. 나이 30에.
4번째 다우리 차 여행지가 중국이었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저는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보성 녹차밭을 갔다고 하면 산비탈의 차밭뿐만 아니라 평지에 길이 나 있는 차밭 사진도 올라오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거기도 한 번 찾아가보자해서 대한다원 입구에 있는 휴게소에서 물었습니다.
주인아저씨께서 [보성관광문화지도]를 한 부 주시면서 펼쳐서 메모까지 해가면서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보성제2다원입니다.
여기는 보성제2다원입니다.
가운데 미니버스가 보이죠?
마침 차를 따는 분들이 많이 계셨는데 그 아주머니들을 싣고 온 차 같습니다.
차밭 오른쪽에 이쁜 집도 보이네요.
진짜 넓습니다.
잠시나마 저 차가 없다면 좀 더 이쁜 사진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같이 간 나무색눈양에게
"나중에 뽀샵으로 저 차 지울 수 있지?"라고 물었더니
"일도 아니지요"라는 답변이. - 나무색눈양은 한 때 스튜디오에서 사진 편집을 전문적으로 하던....
그런데 사진을 정리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저 차도 오늘 차밭 풍경의 일부다 라구요. 차 따는 아주머니들이 계셔서 차밭 풍경이 더 돋보이는데
그 분들을 태우고 온 차도 오늘 차밭 풍경의 일부다 라구요.
미니버스가 있어도 이쁜 차밭입니다.
차를 따는 아주머니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그 고충을 압니다.
차밭위로 올라오면서 몇마디 이야기도 나누고 나누시는 말씀도 엿들었는데
벌교에서 오신분도 계시고 멀리 순천에서 오신 분도.
돈을 벌기 위해 오신 분들이라 나누는 이야기 중에는
어디 가서 복분자 따면 돈 더 받을 수 있다는데...뭐 이런 대화도 오갔습니다.
우리는 낭만이지만 이 분들은 삶입니다.
허리춤에 모기장같은 파란 망사보이죠?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확인차 여쭤봤습니다.
허리춤에 파란 모기장은 어디 쓰는 거냐고?
바구니에 차가 넘치면 모기장에 담고 다시 딴다고.
저한테는 아름다운 풍광이지만
아주머니들은 고단한 일상이겠지요.
"어떻게 알고 왔으까?"
"네?"
"차 따는 거 워째 알고 왔으까? 전화를 했는가베"
"아~~! 전화를 한 건 아니고 인터넷에서 차를 딴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습니다"
"차 따기 시작허면 사진사들이 얼매나 많이 오는지 말도 못 허요. 참 이쁘지라. 말도 못하게 이쁘지라"
"네..."
같은 차 이야기라 6년전에 간 하동 야생 차밭이야기 첨부합니다.
하동은 야생차가 유명합니다. 우리 나라 차시배지도 하동으로 되어있구요.
[다우리]라는 모임에서 2003년에 하동 차밭을 견학했습니다.
그 때 사진 몇 장 붙입니다
다우리 회원들이 하동 차시배지 비 앞에서 단체사진
쌍계제다 김동곤 대표님입니다.
하동의 역사와 차의 유래에 대해 설명해주시는 장면입니다.
우전차 명인입니다.
보천쌤과(우리 도자기쌤) 오랜 시간동안 친분이 있으셔서 그 날 좋은 안내와 대접을 받았습니다.
쌍계제다 안에 있는 다실에서 차 한잔.
쌍계제다에서 차를 대량 생산하는 모습입니다.
가운데 앉아계신 분이 우리나라 제다 명인 1호 박수근 명인입니다.
그 날 차를 설명해 주시는 모습입니다.
드라마 식객에서 하동 녹차에 대해 촬영할 때 진수와 대좌를 하는 장면, 녹차를 선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드라마 [식객]중에서
드라마 [식객]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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