脈論 1
정약용
맥으로서 혈기의 쇠약함, 왕성함과 병증의 허함과 실함을 살핀다.
좌촌으로는 심장을, 우촌으로는 폐장을, 좌관으로는 간과 쓸개를, 우관으로는 비와
위를, 좌척으로는 신과 방광과 대장을, 우척으로는 신장과 명문을 진찰한다는 것은
망령된 짓이다.
맥이 한 번 움직였다가 한 번 쉬는 것은 원기와 혈액으로써 그런 것이다. 모두 원
기뿐이면 능히 衛가 될 수 없고 혈액뿐이면 능히 營이 되지 못한다. 혈은 기가 주
장하는바 되고, 기는 혈에게 涵養하는 바 되어서 榮衛라는 명목이 성립된다. 기가
있으니 움직임이 능히 없을 수 없고, 혈이 있으니 쉼(靜止)이 능히 없을 수 없다.
그것이 움직일 때에는 두루 돌아서 퍼지게 되고 쉴 때에는 滋養이 젖어들게 된다.
이러하여 사람의 몸에 맥이 있게 되는 것이며, 맥이 낮아서 나타나는 것이 마침 손
목에 있는 까닭에 손목을 짚는 것이다.
하늘이 사람을 만들면서 어찌 오장과 육부의 영향을 반드시 손목 위에 나타내어 사
람에게 진맥하도록 했겠는가.
맥경을 저술한 그 사람이 벌써, 제가 지은 맥경을 믿지는 않았고, 그 후에 조금이
라도 의술에 통한 자는 반드시 맥경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 마음에는 오히려 현
묘하고도 미망한 이치가 있는데 자신이 미처 깨치지 못했는가 의심하려 현묘하고도
미망한 이치가 있는데 자신이 미처 깨치지 못했는가 의심한다.
그리고 자신이 맥경을 신봉하지 않으면, 세상 사람과 후세의 사람이 그 사람은 맥
경의 뜻을 통달하지 못했다고 할까 두려워하여, 이에 거짓으로 남이 알지 못하는
바를 저 혼자 깨친 것이 있는 체한다. 겉으로는 맥경을 높여서 영원히 전할 典籍이
라 하며, 말을 넓혀서 그 뜻을 풀이하다가 해석할 수 없는 곳에 아르면 문득, “마
음 속에 깨친 미묘한 뜻을 말로는 전할 수 없다”고 말한다. 어리석은 자는 어리숙
하게 신봉하고 지혜 있는 자는 다시 그 방법을 이용하니, 이런 짓은 오직 맥경 만
이 그런 것이 아니라 거짓으로 된 기술은 모두 그러하다. 까닭에 맥을 잘 살피는
자는 손을 진맥하고 발을 진맥하고 뇌의 큰 경락을 진맥하여 그 맥의 쇠약함과 왕
성함만을 분별하고 허함과 실함과를 살필 뿐이니, 어찌 5장 6부라는 말이 있으리
요.
脈論 2
정약용
대저 촌 관 척이라는 것을 나는 분별할 수 없다.
의원의 손가락이 살이 쪄서 넓은 자가 있고 여위어서 좁은 자가 있어, 맥을 짚는
데에 많이 짚이고 적게 짚이는 것이 같지 않을 것이며, 병자의 손목도 긴 것이 있
고 짧은 것도 있다. 그 촌 관 척의 한계를 나누는 데에도 크고 작아서 같지 않은
것도 있을 것이니, 손가락이 큰 사람에게 손목이 짧은 사람의 맥을 진찰하게 하고,
손가락이 짧은 사람에게 손목이 긴사람의 맥을 진찰하게 한다면, 소위 촌이라는 것
이 관이 아닌 줄을 내가 어찌 알겠으며, 소위 관이라는 것이 척이 아닌 줄을 내가
어찌 알겠는가. 소위 심장을 진찰한다는 것이 간을 진찰하는 것이 아닌 줄을 내가
어찌 알겠으며, 이에 학술 없는 무리가 일찍이 浮 沈과 滑 澁도 능히 분별하지 못
하면서 손바닥을 치며 증세를 논하여, “아무 장기가 상했으니 아무 장기를 억제하
는 것이 마땅하고, 무슨 기가 부족하니 무슨 경락을 보해야 한다.”는 말을 한다. 또
일종의 괴상망측한 무리가 있어 말하기를 “맥을 짚어서 성정의 좋고 나쁨과 신명의
구함과 천함을 분별할 수 있다.”하며, 심지어는 수명도 점치고 운수도 점쳐서, 사주
보는 법과 같이 하는 자가 있다.
사람들은 또 우매하게 심봉하여 깊은 이치가 있다고 하는 바. 어찌 그리 어리석고
못나서 쉽게 속는 것인가. 까닭에 맥 짚는 것을 배우는 자는 오직 힘이 있는가 없
는가, 신기가 있는가 없는가, 도수가 있는가 없는가를 살피는데에 그칠 뿐이다. 어
찌 5장6부를 능히 분별하리요.
대저 능히 움직여서 손가락을 들썩이는 것을 힘이라 하고, 능히 和해서 생기가 있
는 것을 神이라하고, 가고 오며 움직이고 그치는 것이 법이 있어 어지럽지 않은
것을 도수라 하는데, 이 세가지를 안 다음에 부동하고 가라앉음과 더디고 자주함과
크고 작음과 미끄럽고 깔깔함과 팽팽하고 허한 것과 긴장하고 완만함과 맺히고 잠
복한 조짐에만 주의한다면 脈家의 할 일로서 마친 것이니 또 무엇을 구하리요.
脈論 2
정약용
맥이 오장에게서 명을 받아 사지에 통하는 것은, 물의 근원이 여러 산에서 발원하
여 하류에 이르는 것과 같다.
대저 한강 물 근원으로서 하나는 속리산에서, 하나는 오대산에서, 하나는 인제에서
하나는 금강에서 나오는데 용진에서 합류한다. 지리를 안다는 자가, “양화도는 속
리산에, 용산포는 오대산에, 두모포는 인제와 금강산에 속한다.”하여, “양화도에 물
살이 치솟으면 이것은 속리산에 산이 무어져서 산사태가 지는 이상이 있다.”하고,
용산포의 물이 혼탁해지면 “이것은 오대산에 물이 넘치는 수재가 있다.”하며 두모
포에 물결이 잔잔하게 되면, “인제와 금강산에는 비 오고 볕나는 것이 아주 알맞
다.”한다면 그 기후를 점치는 법이 과연 정밀하여 어긋나거나 틀림이 없다 할 수
있겠는가.
맥으로서 5장6부를 진찰할 수 없음도 그 이치가 바로 이와 같은데, 사람들은 오히
려 아득하고 깊숙한 속에 마음을 쏟아서, 이치 밖에 이치가 있는가 의심하니 또한
의혹됨이 아닌가.
촌 관 척이 한 맥 줄이 아니라면 그만이거니와, 만약 한 길인데도 경계를 분리한
것이라면, 소위 5장 6부가 각각 부위가 있다고 하는 것을 나는 믿을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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