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공 차 한잔 마시다/작설차가 뭔가요?

야생에서 뚝 토종차 향기를 따세요

매공tea 2024. 12. 27. 21:59

야생에서 뚝 토종차 향기를 따세요

이것이 작설차!

초의 스님은 <다신전>에서 "자색 잎이 가장 좋고 대밭에서 나는 죽로는 그 다음‥"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작설차'는 한국 전통차의 대명사처럼 오인되면서 '이른 봄에 난 참새 혓바닥 모양의 어린 찻잎'을 일컬어 왔다. 그러나 초의 스님의 주장을 바탕으로 사진에서 보듯 "형태뿐만 아니라 색깔까지 참새 혓바닥 색깔인 자색을 띠어야 작설차"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작설차는 '햇볕 3에 그늘 7'의 산비탈 등지에서 극소량이 나고 향·색·맛이 뛰어나다. 작설차는 전통차의 일부분이기에 <다신전> 등 고서는 물론 사찰이나 민간 전래에도 작설차 특유의 법제가 전통차 법제와 달리 따로 있다는 얘기는 없다.

 

6월부터는 하늘과 땅이 달궈지기 시작하면서 자연이 본격적으로 몸을 익히는 철로 접어든다. 들에서는 모내기가 끝나서 모포기가 푸르름을 더해가고 산쪽에서는 뻐꾸기의 쉰 목소리가 어느덧 자란 새끼를 부르다 지친 어미새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 같다. 이때는 벌써 앵두, 버찌, 산딸기, 뽕(오디) 등 올해의 이른 햇과일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잠자리 같은 곤충이나 녹음 속의 자벌레 같은 벌레들이 활발히 모습을 드러내는 시기여서 먹잇감을 찾는 동물들의 몸짓에도 생기가 넘쳐난다.

산색은 더욱 푸르러져 짙푸른 녹음 세상이 열린다. 요즘 산에 들면 그 녹음 속에 생명의 진액이 넘쳐난다. 장마철을 예고한 빗줄기들이 세찬 폭포수와 옥계수를 남겨놓았고, 산에서 불어 나오는 산바람은 한낮의 더위를 식혀주고도 남을 한기로 가득하다. 그 바람 속엔 찔레향이 섞여 있어서 ‘향수바람’이다. 고사리, 참나물, 곰취 등 나물류도 이제야말로 제대로 살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이 무렵 산에 들면 산이 주는 자연의 진수를 만날 수 있다. 흔히 이른 봄부터 고사리 꺾고 산나물 캐기에 나섰던 사람들은 지금은 철이 너무 늦었다고 여기기 쉽지만 지금이야말로 양은 적겠지만 제대로 맛이 오른 산나물을 얻기에 좋은 때이다. 산딸기나 오디 등 야생 과일까지 달게 익어 기다리고 있으니 이만한 자연의 성찬을 어느 때 만나겠는가.

지금 더 늦기 전에 경상도와 전라도 일대 야산에 들어가서 구해올 수 있는 귀중한 풀로 야생차가 있다. 야생찻잎을 따는 재미는 산나물이나 야생 과일을 따는 일과는 또 다르다. 찻잎을 따다가 직접 덖어 만드는 차가 단순한 음료수가 아닌 품격높은 문화예술품이라는 자부심이 한 몫하고, 생 찻잎에서 풍겨나오는 상큼한 향은 여느 식물이나 꽃에서 맡을 수 없는 최고의 내음이기 때문이다.

 

녹차는 일본차

 

그런데 한국의 차는 언제부터인가 푸른 빛에 풋비린내가 강한 녹차(綠茶)라는 것이 주류 행세를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고전 다서에서는 녹차라는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녹차라는 것은 주로 일본에서 많이 유행하는 제다방식인 찌는 과정을 거쳐 만든 것으로 최근에 등장한 이름이다. 한국 전통차의 주류는 덖음차다. 요즘 이 토종 야생 차나무잎을 따다가 전통 방식의 덖음차를 만드는 소모임들도 늘고 있다.

한국 야산에서 보이는 야생상태의 차나무는 일제시대에 퍼진 일본산 개량종인 야부기다와 한국 재래종(토종)이 있다. 야부기다종은 이파리의 녹색이 진하고 잎이 길며 잎가에 톱니바퀴 무늬가 선연하다. 이에 비해 한국 재래종 차나무는 잎이 둥근 편이며 녹색이 연하고 제다방법은 데치지 않고 덖기만 한다. 가장 큰 차이는 뿌리의 형태에 있다. 야부기다는 화산 용암 암반인 일본 토양의 특성상 뿌리를 깊게 내릴 수 없으므로 옆으로 잔뿌리를 많이 내도록 한 횡근성이고 한국 토종 차나무는 잔뿌리가 거의 없이 땅속으로만 깊게(땅 위에 드러난 키의 3배 이상) 직선 뿌리를 내리는 직근성이다.

 

경상·전라 야산에 무성

뿌리의 기능상 야부기다는 위에서 내려오는 영양분을 얻어야 하므로 비료를 쳐야 하고 한국 토종은 깊은 땅속 유기물질 등 땅 기운만을 먹고 산다. 비료를 먹고 자라는 식물은 쑥쑥 잘 자라지만 몸이 연하고 단맛이 강해 벌레가 끓기에 재배차의 경우 농약을 치는 문제로 신경을 써야 한다. 오늘날 일본에서는 얼마나 농약을 적게 치느냐가 녹차 농가들의 고민거리이자 당국의 과제이기도 하다. 일본 녹차는 구미의 농약잔류량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 정부가 지정한 특정 차농가에서 농약을 적게 쳐 재배한 것을 수출하고 있다고 한다.

경상도 일부와 전라도 일대 야산에는 한국 토종 차나무가 야생 상태로 남아 있는 곳이 많다.

 

제대로 자라야 진한 맛

 

경상도의 하동, 산청(시천면 일대), 김해, 전라북도 순창(적성면 일대와 구림면 만일사 주변), 정읍 두승산 중턱과 망상봉 일대, 부안 개암사 월정약수 오름길 주변과 내소사 주변, 전남 진도 용장산성 주변, 강진군 성전면 월하리 월출산 국립공원 안, 나주시 다도면 운흥사 일대와 다시면 청림산과 나주리 금성산 일대, 장흥군 관산읍 찻등, 천관산 장천재 일대, 해남 미황사 아래 주차장 주변, 화순군 능주면 만인 2리 만세동 뒷산 등지가 그곳이다. 이런 곳은 대부분 예전에 큰 절이 있던 터 주변이거나 선비촌이어서 차를 애용했던 마을이 있던 곳이다. 한국의 토종차는 백제 때 불교의 전래와 함께 들어와 토착화했거나 본디 이 땅에 있던 차가 고려말까지 전통 차문화와 함께 번성했던 것이다. 조선시대에 숭유억불책과 함께 불가의 차가 쇠퇴한 데 이어 차농사에 대한 무거운 과세로 민가의 차도 쇠퇴했으며, 일제 이후 일본차인 녹차와 일본 차문화인 다도의 유입으로 우리 전통 차문화는 왜곡·말살될 지경에 이르고 있다.

요즘 음용수 문제의 심각성에 자극돼 우리 전통 차문화를 되살려내자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토종 야생차밭이 남아 있는 곳에 사람들이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이런 곳엔 이미 찻잎이 막 움튼 곡우(4월 20일)를 전후해 5월 한 달 동안 몇 차례 많은 손들이 새로 난 찻잎을 쓸고 지나갔다. 그러나 찻잎은 어느만큼 제대로 자란 것이 진한 맛을 낸다. 지금 가면 뜯겨 나간 자국 사이에 새로 났거나 남아 있던 찻잎이 엄지 손가락만큼 자라 있다. 엄지와 검지 손톱 끝으로 딸 때 똑 꺾어지는 찻잎이면 클수록 양도 많고 맛도 진하고 얼마든지 덖어진다. 최성민 기자 smchoi@hani.co.kr

 

찻잎 향기는 230가지‥덖는 중에 하나를 골라

 

한국 전통차는 주로 솥덖음으로 만든다. 막 뜯어온 찻잎을 뜨거운 솥에 덖거나 물에 데치는(찌는) 첫 단계를 살청(殺靑)이라고 한다. 이는 찻잎 엽록소 안에 있는 산화효소를 파괴하여 변질을 막고 맛과 색을 오래 유지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덖음차의 맛은 첫솥과 둘째솥에서 거의 결정된다. 살청을 얼마나 고루 잘하느냐가 관건이다. 첫솥은 대체로 200도 안팎( 물방울을 떨어뜨리면 톡톡 튀어 오름)에서 10분 정도, 둘째 솥은 같은 온도에서 7~8분, 셋째솥은 160~170도에서 장갑 낀 손이 뜨거워 견디기 어려워질 때까지, 이후 점점 적당히 온도를 내려가면서 7~9번까지 덖는다. 솥 안에서 덖어져 나온 찻잎은 선풍기나 부채로 열기를 한 숨 식힌 뒤 비벼야 풀냄새가 가시고 청량한 향기가 유지된다. 비비기는 당길 때는 힘을 주지 말고 살그머니 밀 때 힘주는 강도를 조절하면서 셋째~넷째솥까지만 한다. 넷째솥 이후는 채로 찻잎 가루를 쳐 낸다. 9번 정도 덖어 수분을 3% 머금은 찻잎은 불땐 방에 하루 정도 널어 묵혀서 비닐 봉지에 담아 서늘한 곳에서 일주일 정도 숙성시킨다. 그 다음 다시 솥에 넣어 마무리(향덖음이라고 한다) 작업을 한다. 이때 솥 온도는 손이 데이지 않을 정도면 된다. 30분 정도 덖는데, 후반 15분은 불을 끄고 남은 열로 덖는다. 덖는 동안 찻잎이 품고 있는 280가지 정도의 향이 3~5분 간격으로 올라오는데, 이것이다 싶을 때 덖기를 멈추면 그 향이 차의 향이 된다. 차의 향은 덖기 전 생잎의 상큼한 향내를 많이 품고 있을수록 좋다. 차의 색깔은 다갈색과 푸른색 기운이 섞여있는 것이 좋다.

이런 전통차 법제 지키기에 앞장서고 있는 이들이 있다. 한국전통차지킴이 ‘풀과 나무’(062-982-3565, 011-625-3868) 회원들이다. 이들은 ‘산에서 난 100% 순수 야생 수제차’라는 기치를 내걸고 <산절로>(山絶露)와 <다귀>(茶鬼)라는 차를 만들고 있다. 전화하면 전통 덖음차를 구할 수 있고 전통차의 법제와 차 마시는 방법 등에 관해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최성민 기자

 

강진 전통차밭 가는 길

 

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하리 월출산 남녘 자락 절골에 약 3천평 안팎의 강진군 소유 야생 전통차밭이 있다. 이 차밭은 월하리 주민 박길서씨(011-9666-4964)가 발견하여 찻잎을 따 오다가 최근 한 전통차 보존 모임과 함께 전통차문화유적 보존과 전통차 법제 보급을 위한 시범 다원 운영을 시도했으나 강진군(군수 윤동환)의 거부로 벽에 부딪쳤다.

이 차밭에서 나는 찻잎은 동쪽 방향을 보며 아침햇살을 받은 것이어서 향이 좋은 편이다. 광주와 목포 등 도시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와 찻잎을 따가는 사람도 많다. 이 차밭에 가면 오랜 기간 사람의 손을 떠나 건강하게 자란 찻잎에서 야생 전통차의 생리를 배울 수 있다. 월출산 국립공원 지역이어서 공기와 물 등 풍치도 좋다. 일반인들이 이 차밭에 자유롭게 드나들며 우리 전통차에 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도록 강진군이 지역이기주의를 버리는 한편, 관리기관인 국립

공원관리공단이 전통차에 대한 적극적인 이해를 갖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 많다.

강진-광주 간 국도 성전면소재지에서 광주쪽 2km 지점 무위사 나들목으로 들어간다. 5분을 올라가다가 무위사 직전에서 월하리쪽으로

좌회전한다. 5분을 계속 들어가 성전저수지 확장공사 현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월출산쪽으로 10여분을 들어가면 길목에 차나무들이 보이면서 차밭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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