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러하다/그럭저럭

오늘을 있게 한 원인은 무엇인가

매공tea 2009. 8. 4. 11:23

토론회 내용 추가 -패널 김태휘변호사 


오늘을 있게 한 원인은 무엇인가

                                                                             필자 김태휘 (변호사, 안양시민권리찾기운동본부 대표)


1. 현실에 대한 진단


현실을 진단하자면 한 마디로 “(타인과의, 지역사회와의, 국가공동체와의) 접촉에 대한 무관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무관심”이 정치적으로 개인주의 성향을 충족시킬 수 있는 이명박정권의 탄생을 가져왔고 경제적으로 중소상인의 몰락과 대형할인마트의 부흥[1]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2. 현실에 대한 원인


 가. 개  요


현실에 대한 원인은 다양하고 그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수 있다.


필자는 그 원인을 크게 (ㄱ) 대한민국 사회에서 어느 정도 형식적 민주화가 정착되었고, (ㄴ) 사회구조가 고착화되어 가고 있으며, (ㄷ)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고, (ㄹ) 아래로부터의 정치적 압박 실패와 참여의 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나. 어느 정도 형식적 민주화의 정착


군사정부 이후 국민의 민주화 열망 폭발과 노동자 각성 등을 통하여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가 탄생하고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회에서 권위가 파괴되고 법률이 안정되고 법원,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등 국가기관의 심판 기능이 어느 정도 객관화되고 강화되었고 이를 통하여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가 제도적으로는 보장되는 국면에 이르게 되었다. 즉 국민의 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제도적으로는 일정 정도 보장 내지 수용되게 된 것이다.[2]


이렇게 민주화가 어느 정도 정착됨으로써 타인, 지역사회, 국가공동체에 대한 접촉과 관심이 예전보다 시들해지고, 그 필요성도 절실히 느껴지지 않는 국면에 이르게 되었다.


 다. 사회구조의 고착화


우리 사회는 현재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구분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고, “가지지 못한 자”가 “가진 자”가 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빈부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으며,[3] 이는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최근 사법시험제도 대신 로스쿨제도가 생겨나면서, 매 학기 등록금 1,000-2,000만 원을 부담할 수 없는 자는 이른바 사회적 성공의 상징 단어인 “사짜”도 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중진국으로 성장하면서 새로운 사업 진출의 가능성이 소진해 가고 새로운 기회 모색도 상실되어 가고 있다. 대한민국은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더 이상 “기회의 땅”이 아닌 것이다.


이렇게 사회구조가 나름대로 안정화되고 고착화되면서 대한민국에서 변화의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그에 따라 현실을 바꿔보겠다는 열망도 소진되어 가고, 현재와 다른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도 따라서 감소하고 있다.


 라.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


위 내용과 관련하여 빈부의 격차가 심화되면서 그 박탈감도 점점 깊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수억 원 내지 수십 억 원의 연봉을 받는 자가 있는가 하면 이른바 “88만 세대”라 불리는 자가 서로를 구분하며 공존하고 있다. 이렇게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개인들은 어떻게 대응하게 될까. 첫째 어차피 안 될 것 포기하면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그냥 노는 사람이 160만 명을 넘었다. 둘째 나도 돈을 벌면 된다. 그것이 주식광풍, 펀드광풍, 부동산광풍으로 나타나고 있다. 셋째 자식을 잘 키우면 된다. 그래서 사교육광풍이 불고 있다.


이로 인하여 나의 富, 나의 자식 외 다른 것에 신경 쓰거나 관심 가질 틈이 없다. 즉 나의 돈과 무관하다고 할 수 있는 사회적, 자연적, 문화적 환경 개선, 정치 참여, 다른 것에 대한 관심 등 삶의 “질”은 포기되고 삶의 “양”만이 중요하게 된다.


 마. 아래로부터의 정치적 압박 실패와 참여의 부족


노사모로 대표되는 정치적 참여와 정치적 압박은 그 주체들의 더 나아간 참여의 부족(대통령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의 부족), 노무현정부의 배신(내지 한계) 등으로 인하여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사회를 변혁시키는 데는 실패했다.[4] 이로 인하여 적극적 참여자들의 상실감 내지 패배감 내지 절망감이 증대하였다. 당원들이 중심이 된 당을 만들겠다는 열망이, 현재에 와서는 당원이나 주민이 배제된 현재 각 당의 전략공천이나 공천심사위원회에 의한 후보자 지명 등이 오히려 “개혁공천”이라는 말로 포장되고 있다.


“내가 열심히 참여해서 뽑았는데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재들은 안 되는구나”, “재들은 할 수 없어”, “재들과 만나서 이야기할 필요도 없겠다” 이러한 생각들과 실제 경험은 점점 더 현실을 바꿀 수 없는 것, 아니 바뀔 수 없다는 생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로 인하여 “접촉에 대한 무관심”은 더욱 더 현실이 되어가고 그 현실은 더욱 더 바꿀 수 없는 것이 되어가고 있다.


3. 결론과 대응


우리 사회는 사회적 계급 내지 계층이 고착화되어 가면서 그 간극을 메우고자 했던 참여의 열망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 있고 고쳐져야 할 것이 있다. 그리고 그 현실은 반드시 변할 것이며 고쳐져야 한다. 그 현실을 고치려면 참여하여야 한다.


독일의 혁명가인 리프크네히트[5]는 이렇게 말했다. “학습하라! 선전하라! 조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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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참고로 인간, 동물, 환경에 해를 끼치는 상품을 사지 않고 공정무역에 의한 상품을 구입하는 이른바 “착한 소비(윤리적 소비)”라는 개념이 있다. 이러한 “착한 소비 운동”과 관련한 사례로는 (ㄱ) 스타벅스는 착한 소비자들의 압박에 못 이겨 2000년부터 에티오피아 등에서 커피 원두를 시장가격보다 2배 가량 높은 가격에 구입하고 있고, (ㄴ) 나이키는 2005년 제3세계 국가의 아동들을 착취해 운동화를 만들어왔다는 사실을 고백하였고, (ㄷ)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은 다보스 포럼에서 “자본주의는 부유한 사람뿐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생각을 ‘창조적 자본주의’라 부르겠다.”고 선언했다. 즉 대형할인마트의 경우 저가경쟁으로 인하여 납품업체를 착취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착한 소비자”라면 대형할인마트 판매 제품은 되도록 구입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2] .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전직 대통령의 구속, 재벌 총수의 구속 등이 이루어졌다.


[3] . 국세청의 집계에 따르면, 종합소득자 가운데 상위 20%의 평균 소득은 8,400만 원, 하위 20%는 평균 소득은 191만 원으로, 이들의 소득격차는 무려 44.3배로, 전년의 38.3배보다 커졌다.


[4] . 노무현정부 시대의 사회 변혁 실패는 그 외에도 편향된 언론, 한나라당의 꾸준한 방해, 열린우리당 자체의 한계 등 여러 원인이 있다.


[5] . 리프크네히트 [Wilhelm Liebknecht, 1826. 3. 29~1900.8. 7.] : 독일의 사회주의자. 혁명운동으로 13년간 망명생활을 하며 마르크스의 지도를 받았다. 독일로 돌아와 사회민주당을 결성하고 라살파와 합동하여 사회주의노동당을 만들었으며 제2인터내셔널의 지도자로 활동하였다.